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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다음세대 위한 업(業)을 만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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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 인터뷰
‘동네기업’을 전국형 성장기업으로 육성..사업 초기부터 ‘종합 기업 보육’
창조경제, 1990년대 말 영국에서 태동..요즘 말로 ‘혁신 주도 성장’
강원도, 지역 특성 살린 ‘비기술영역’ 창업사례 많아
양양 서핑클럽·속초 조선소 살린 카누공방·태백 협업공간 ‘무브노드’ 등 각광! 젊은이들 타지 유출, 문제 아니라 나가봐야 강원도만의 매력 느낄 수 있어
창조경제혁신센터, 고향으로 돌아오는 ‘유턴족’ 지원하는 디딤돌 역할
고령인구 일자리 문제, ‘프리랜서 경제’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 방송 : 강원CBS<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강민주PD 13:30~14:00)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윤유미 인턴
■ 대담 :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

 



◇박윤경> 홍천의 제철농산물을 이용한 ‘발효빵’과 정선 탄광촌의 특성인 해발 650m를 브랜드로 한 음료 등, 우리 지역 색이 아주 강한 상품들이 전국에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이런 동네기업 70여개를 지원해 ‘로컬 크리에이터’로 성장시킨 데에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역할도 컸는데요, 이번 주 목요초대석에서는 우리 지역의 ‘동네기업’을 전국형 성장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을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앞서 소개는 해 드렸습니다만, 강원경제혁신센터는 어떤 기관인가요?

◆한종호> 한 줄로 요약을 한다면 ‘창업지원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 창업이나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은 많이 있습니다. 저희가 다른 기관들과 다른 점은 아주 초기단계를 지원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사람으로 치면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단계. 그 때의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가잖아요? 기업도 똑같아요. 기업도 꼬꼬마단계에서부터 성장해 나가는 것이고 초기단계는 특히 주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아주 초기단계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의 기업들에 대해서 사업 지원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어떤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지 등등, 종합적으로 보육하는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이런 역할을 하는 곳에 ‘엑셀러레이터’라는 전문적인 라이센스를 부여하는데요. 강원도 내에서는 저희가 거의 유일하게 중기부가 지정한 엑셀러레이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윤경> 이렇게 설명을 해 주시니까 이해가 가네요. 사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굉장히 어렵게 생각했거든요.

◆한종호> 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지난 정부에서의 하나의 공약정도로 생각을 하는데, 사실은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영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체제의 이윤율 하락을 어떻게 다시 성장시킬 수 있을까하며 생긴 거에요. 요즘 4차 산업혁명이 유행하잖아요. 그것처럼 2000년대 초반에는 창조경제 모델이 전 세계로 퍼져가고 있었습니다. 요즘 식으로 하자면 혁신주도 성장 같은 말이 있잖아요. 이런 말처럼 인간의 창의력이 주도하는 성장. 이런 것을 시도해보자는 차원에서 창조경제가 나온 것입니다.

◇박윤경> 사실 오늘 센터장님을 이 자리에 모시면서 센터장님의 이력에 놀랐습니다. 법대를 졸업하셔서 정치부 기자를 17년 정도로 오래하셨어요. 또 우리나라 최고의 포털회사에서도 일하셨고요. 이런 삶의 이력과 창조경제혁신센터장으로서의 업무가 연관성이 있으신가요?

◆한종호> 결과적으로 연관성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신문은 올드미디어잖아요? 인터넷은 뉴미디어인데요. 뉴미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입니다.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C’로 시작하는 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contents),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커머스(commerce), 커뮤니티(community) 인데요. 이 네 단어의 영역들이 인터넷에 도입된 이래로 개인들의 삶과 국가 경제, 세계 경제를 바꿔가고 있습니다. 그 결정판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제가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를 경험하면서 겪은 것들을 바탕으로 강원도에 와서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커머스, 커뮤니티, 컨텐츠의 영역 등에서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거나 사업을 기획할 때에 기반을 다져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윤경> 자, 본격적으로 센터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600개 정도의 팀을 지원하셨다고요?

◆한종호> 네. 거기에는 기술창업도 있고 비기술창업도 있는데요. 저희 센터가 만들어진지 4년 정도 되어서 1년에 150팀에서 200팀 정도를 지원했습니다. 그 중에는 신규창업도 있고 재창업도 있는데 다 합쳐서 그 정도 되었습니다. 저희는 지원금을 주고 그 후에도 계속적인 동행하는 의미의 지원을 하기 때문에 그 숫자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요. 진짜 의미 있는 성장, 진화를 이룰 수 있는 기업을 돕는 데에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기술창업을 많이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었어요. 기술창업은 인공지능처럼 기술을 활용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창업을 말합니다. 좋은 기술 인력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서 강원도는 좀 불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강원도에 와서 보니까 자연환경이나 역사, 문화 등으로 그 지역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비기술영역의 창업사례들이 굉장히 많고요. 그렇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팀을 150팀 정도 선발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

 



◇박윤경> 지원받고 싶은 기업들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선정을 하시나요?

◆한종호> 기본적으로는 공모전을 통해서 지원을 받은 뒤에 심사를 해서 선발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저희가 찾아가서 지역인사들의 추천을 받거나 해서 발굴하기도 합니다.

◇박윤경> 이번에 모시기 위해서 조사를 해보니까 우리 지역이 가지고 있는 환경을 잘 활용한 기업들이 많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지원 사업이 있을까요?

◆한종호> 아까 말씀 드렸던 것처럼 강원도가 갖고 있는 유산들을 활용한 기업인데요. 지금까지 강원도 동해안 하면 해수욕장, 횟집, 산, 트래킹, 캠핑 정도의 고정된 패턴으로 활용이 되었잖아요. 그런데 양양에서 서핑클럽을 운영하는 서피비치라는 곳이 있어요. 이곳은 백사장에 있는 군부대 철책선 안에 서핑사이트를 만들어서 굉장히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운영하고요. 저녁에는 클럽 같은 곳으로 운영합니다. 코로나맥주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코로나 축제를 하는데요, 이 서피비치가 선정이 되어서 아주 핫 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1년에 한 50만 명 정도가 다녀가는 곳이 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속초에 ‘칠성조선소’라는 선박을 수리하는 곳이 있는데요. 할아버지 때부터 운영하다가 영업을 중단해서 철거할 예정이었는데 손자 부부가 디자인을 공부했어요. 미국의 디자인 학교에서 카누를 만드는 것을 공부해왔어요. 그래서 선박수리라는 원래 기능은 사라졌지만, 그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목공으로 카누나 서핑보드를 만들고 원래 수리공간으로 운영하던 곳은 갤러리로 활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주말에만 5천 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습니다. 속초 최대의 핫 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태백은 폐광지역이잖아요? 그래서 대체사업으로 좀 생각을 해보고 있는데 태백 하장선마을에 ‘무브노드’라는 코워커시스템을 만든 친구가 있어요. 게임회사를 다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인데요. 사람들은 태백에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있는데 누가 거기를 다니냐고 했지만 이 코워커시스템이 생겨난 후로 자발적인 고립을 통해서 단기간에 집중과 힐링을 원하는 청년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 후로 젊은이들이 자꾸 모이게 되어서 태백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재생사업에 무브노드가 참여하고 그 지역에 갤러리가 생겼는데 그것도 무브노드가 주관하게 되면서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들이 만들어지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윤경> 말씀만 들어도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들이 분명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찾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한종호> 네. 그런데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외부에서 어떤 산업을 유치하거나 요즘 뜨는 큰 사업을 유치하려고 하지만 대부분 실패합니다. 왜냐하면 그 산업이 그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 산업에 필요한 인재도 있어야 하고요. 그들이 쉴 곳도 있어야 합니다. 도시 전체가 매력적인 도시가 되어야 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창의적인 지역기반의 사업들이 많아지는데 그들이 요즘 세대들에게 어필하는 공간들을 만들거든요. 그래서 그런 친구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고 매력도시를 만들어서 그 도시에 좋은 젊은 친구들이 몰려오면 기업은 그 친구들을 채용하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 될 수 도 있겠죠. 그런 방식으로 전략을 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윤경> 지금 말씀하신 부분이 강원도의 젊은이들이 타지로 빠져나가는 원인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종호> 맞습니다. 젊은이들에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보다 지자체에서는 큰 산업을 만들고 다른 지역에서 젊은이들을 데려오려고 하죠. 그러다보니까 강원도의 젊은이들은 할 것이 없어지고요. 제가 그동안 센터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이런 ‘유턴족’이에요. 대부분의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의 매력을 몰라요. 저도 그랬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젊은이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다시 그들을 돌아오게 만드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많은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도시에서 경쟁력을 갖고 자신이 1등을 하기는 어려운데 고향에서 자신의 아이템을 가지고 일을 하면 좀 더 경쟁력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도와주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곳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저희 센터는 그 디딤돌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네트워킹공간, 미팅룸, 빅데이터룸, 입주기업 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누구나 신청 및 이용이 가능하다. (사진=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제공)

 



◇박윤경>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데요. 요즘 정부차원에서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고령인구의 일자리 문제도 심각한데, 지역에서 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까요?

◆한종호> 저도 굉장히 관심이 많은 분야입니다. 58년 개띠라는 말이 있죠? 그 때가 베이비붐시대입니다. 우리나라가 60년 정년이라서 58년 개띠가 6~70만 명 쯤 되는데 그분들이 은퇴를 할 시대입니다. 그분들이 임금노동의 영역에서 은퇴의 영역으로 오는데 이 사람들에게 어떤 기회를 줄 것인가, 이것은 단지 노인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한 시니어들을 어떻게 경제활동으로 끌어오느냐 인데요. 저는 그 대안을 ‘프리랜서 경제’라고 생각해요. 어떤 조직에 속해 있지 않으면서 자신의 능력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풀 같은 것이나 에어비앤비를 활용한 공유 민박 등이 기업에 속해서 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이런 것들이 공유경제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018년 경제부터 처음으로 프리랜서를 포함한 공유경제의 영역을 공식 우리 경제의 한 부분으로 카운트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시니어들을 또 다시 어떤 조직으로 넣는 것 보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나 경험을 프리랜서, 공유경제, 발런티어(봉사자)의 영역으로 활용되었으면 생각하고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윤경> 오늘 말씀을 듣다 보니까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일들이 있으신가요?

◆한종호> 우리 지역의 가장 큰 위기는 ‘지역 소멸 위기’ 입니다. 최문순 도지사도 아이를 낳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사람들을 오게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저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게 해야 할까요? 사람들이 올 이유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지역에서는 우리가 미리 메뉴를 정해놓고 “이거 먹으러 오세요” 하는데, 그게 아니라 “당신들 하고 싶은 것 하세요. 그러면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이런 마음으로 유연하고 개방적인 정책을 펼친다면 은퇴, 퇴사 이후의 삶을 꿈꾸는 시니어들과 젊은이들이 기회의 땅 강원도라는 이미지를 갖고 강원도로 사람들이 모여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속초에서 한 달 살기, 강릉에서 한 달 살기 등 여러 프로그램을 해보려고 합니다.

◇박윤경>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깨달은 것 같아요.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봤는데 오늘 이야기는 정말 새로웠습니다.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만 아니라 일반인분들이나 시책을 만드는 분들도 이런 사고에 대해 배워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종호> 한 가지만 더 붙인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음세대에서 새롭게 등장할 업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것은 취업, 창업을 불문하고 결국은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 앞으로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살 것인가?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지금은 하나의 직업으로 존재하지 않더라도 내가 업으로 만들어 가면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윤경> 위안이 되네요. 용기 있는 많은 도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한종호> 네. 감사합니다.

◇박윤경> 지금까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한종호 센터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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